<냄새나는 여자>

 

 

 미술기자랍시고 이 사기꾼, 저 사기꾼 만나고 다닌 지가 벌써 오년이 되어간다. 미대를 졸업하고 그나마 전공 살려 돈을 벌기 위해 선택했던 직업인데 이제는 선택이 아닌 목줄이 되어버렸다. 비꼬고 비웃는 게 전공인 나에게 얄팍한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진지한척 들어가며 글줄을 서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매달 통장에 찍힌 적당한 수준의 숫자를 보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삶은 그런 것이니까. 시간을 팔아 돈을 사는 것. 게다가 그 파는 시간이 적어도 내가 많은 심신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기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 사기꾼들에게 사기로 대하는 것. 나름 나답다. 오늘은 또 희한한 사기꾼을 만나러 간다. 식재료로 책을 만든다는 별종이다. 얇게 핀 밀가루 반죽으로 종이를, 두껍게 구운 바게트로 책 껍데기를, 발사믹 소스를 잉크삼아 글씨를 쓴다는 이 작가는 여느 사기꾼들처럼 진지한척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나는 냄새에 민감해요. 버스에 타도 카페에 가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냄새 때문에 숨이 막히곤 하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냄새의 원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곤 했어요. 냄새는 주로 살아있는 것에서 나는 것과 소모된 후에 나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살아서 번식하기 위해 이성을 유혹하는 동식물들의 냄새는 호르몬의 발현이고, 배설된 분비물들이나 그밖에 썩어 먼지가 되어가는 것들은 박테리아가 열심히 일한 결과겠죠.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도 재미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잡식동물들에게 나는 냄새겠죠. 초식이나 육식 등 일정한 식습관을 가진 생물들은 자신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냄새가 나는데, 잡식동물, 특히 인간은 온갖 음식의 냄새가 섞여서 분비된 분비물들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묘한 냄새를 풍기거든요. 그 있잖아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암내? 그 뭔가 꾸리꾸리한 냄새. 그 냄새 언제 맡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신적 있어요? 비슷한 냄새? 압력밥솥에 좀 오래된 잡곡으로 밥을 지으면, 나중에 밥솥에서 김빠질 때 그런 냄새가 확 나요. 거기에 마늘 냄새 같은 게 조금씩 첨가 된 거겠죠. 노랭이들에게서는 치즈냄새 나잖아요? 뭐 굳이 설명할 필요 없죠? 제가 그 사람냄새 때문에 여자를 못 만났어요. 뭐 외모나 성격 따지는 것도 그렇겠지만, 그 사람이 나 만나러 오기 전에 뭘 먹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랑 같이 있었는지 냄새를 통해 알게 되니 이거 참 못할 짓이더군요. 심지어 어떤 여자는 소개 자리 나오기 전에 뭘 했는지 남자냄새에 오래된 소가죽 냄새, 그리고 막 깎아낸 쇠 냄새까지 아주그냥 대단했었죠. 뭐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만나는 게 힘들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양치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물론이고 빈속에 나온 상대방의 위장냄새를 신경 쓰면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그녀를 만난 거 에요. 정말 신기한 게, 그 여자 냄새는 거슬리지가 않았어요. 처음에는 냄새가 나는지도 몰랐었다니까요.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성품이 고운사람 같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끌렸어요. 뭔가 편안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 편안한 게 그 사람한테서 나는 냄새 때문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된 거에요! (이 부분에서 이 사기꾼은 굉장히 흥분해 있었다.) 그 사람한테서는 그 뭐야... 오래된 도서관 냄새? 그런 냄새가 나는 거예요! 새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삭지는 않은 종이냄새, 약간의 먼지 냄새? 그것보다도 맘에 들었던 게 잉크냄새 같은.. 뭐라 해야 되나.. 좀 그윽한 냄새 있잖아요? 그런 냄새가 났던 거죠.”

 그는 단숨에 여기까지 말했다. 간단한 작품의 설명을 부탁했더니 들어가는 말이 너무 길다. 흥미롭긴 했지만 이렇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 거짓말이 뻔히 보인다..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믿지 않는군요.”

 사기꾼은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하지만 믿든 믿지 않던 중요하지 않다는 눈빛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행동함으로 나에게 진정성을 어필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솔직함이라는 태도를 보이는 의도 또한 어떠한 목적이 있을 테니까.

 “뭐, 믿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군요.”

 나도 적당한 대답을 한다. 우리 적당히 합시다. 서로 다 아는 사람끼리.

 “어쨌든, 그 냄새는 내겐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일반적인 음식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옷에 배어있는 담배냄새나 나프탈렌 냄새 속에 있는 묘한 살결의 냄새라고 있잖아요? 사람이라면 좀 비릿한.. 말랑말랑한.. 뭐 그런 냄새가 나야 정상인데.. 굉장히 건조하면서 메마른 냄새가 나더라는 거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름 냄새가 납니다. 찐득찐득하고 기분이 좀 야릇해지면서 또 육감적인 그런 냄새.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은 뭐 상상하시다시피 좀 비린내가 나죠. 야채를 많이 먹는 사람은 좀 심심한 냄새가 나요. 좀 밍밍하면서도 묽은.. 물론 마늘이나 후추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시다시피 독특한 체취가 생기죠.”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쉰다. 삐쩍 마른 손가락으로 깍지를 낀다. 기이했다. 내가 먹고 온 샌드위치의 내용물까지도 알고 있다는 듯, 양 미간을 살짝 구기며 마른 침을 삼킨다. 아쉬워하는 표정 속에서 순간 반짝 눈이 빛난다. 기억 속 그녀의 모든 냄새를 떠올리며, 그것을 소유하고 그로인해 극도의 쾌락을 느꼈었던 것에 대해 만족해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만 진한 아쉬움만이 남았다.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습니다. 궁금했죠. 도대체 뭘 먹고 사는 사람인가. 몇 번의 데이트를 할 때에도 식사만큼은 피하더군요. 식당에 가도 물만 마실 뿐, 기본적인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간식조차, 심지어 껌조차도 입에 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궁금해서 미쳐버릴 거 같았죠. 아니 무슨 선녀도 아니고 사람이 이슬만 먹고 살 순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느 날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뭘 먹고 사느냐고.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냐고 말이죠. 그런데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며 끝끝내 피하더군요.”

갑자기 얼마 전에 헤어진 남자 친구가 생각났다. 연애 초기에 접시의 반에 반도 안 먹다가 헤어질 때 즈음에는 야식으로 치맥과 피자를 주로 먹던 그가 불현 듯 떠올랐다. 하여간 그 남자는,.. 그에게서는 우유냄새가 났다. 아니 정확히는 바디로션 냄새였겠지만, 그래도 그 냄새를 꽤 좋아했었다. 식시시간이 되면 침을 흘리는 개처럼 왠지 내 입에도 침이 고였다.

 “어느 날이었어요. 그냥 평범한 날이었죠. 날씨도 선선하고 구름도 적당히 있는. 그늘 밖에 나가면 약간 더운 감이 있는 봄날. 그런 날은 거리에 향기가 진동해요. 그래서 숲이 많은 곳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었죠. 대학교 교정에 있는 벤치였어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해요. 그녀는, 아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때는. 아무튼 그녀가 건물 안에서 나오며 활짝 웃는데 아니 글쎄 이빨에 뭐가 껴있는 거예요. 아 그때 진짜 좀 웃음이 나왔어요. 역시 인간은 인간이구나. 저 여자도 뭔가를 먹는구나. 그런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이상한 위화감 말이죠...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모르고 그냥 피식 웃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그게 뭔지 알게 됐어요.”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입이 마른다는 듯이 마른침을 삼켰다. 덩달아 내 입안도 바짝 말라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 내 입안도 말라있었다. 뭔가 마시고 싶은데..

 “우유라도 드릴까요?”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이 느껴졌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묘한 뭔가가 있었다.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맞은편의 남자가 굉장히 멀게 느껴졌다.

 “아. 네. 뭐.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의 눈이 가늘게 웃는다.

 “아. 그러세요?”

 뭐야. 뭘 안다는 듯이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갑자기 내가 투명해진 기분이다. 내 등가죽까지 읽혀지는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정수리에서부터 타고 흘렀다. 이 사기꾼. 뭔가 있다.

 “아무튼 말이죠.. 학교 정문을 막 나설 때였어요. 어차피 그녀 냄새야 익숙했으니까... 어떤 음식을 먹던 그녀의 식도를 지나 위로 들어가 소화되면 그 섭취물도 그녀의 일부분이 되었을 테잖아요? 그럼 어떠한 냄새를 풍겼겠죠. 그런데 말이죠. 그 위화감이 냄새에서 오는 게 아니었어요. 계속 냄새가 안 나네. 냄새가 안나.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문득 뭔가가 뒤통수를 때리는 거예요.”

그가 가져다준 우유가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알맞게 설탕까지 넣어서 데워진 적당한 온도의 우유.

 "그 이빨에 낀 게 지나치게 하얗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거예요. “

 그는 한숨을 쉬었다. 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찡긋 바라보더니 다시 한숨을 쉰다.

 “기자님. 당신의 송곳니 옆에 낀 하얀 고기 조각은 은근히 미색을 띄고 있어요. 당신은 상당히 깔끔하게 갖추고 시간관계상 요 앞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후추와 치즈가 듬뿍 들어간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고상하게 먹고 이곳에 오셨겠죠. 닭가슴살이 원래 그래요. 냄새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 색깔도 말이에요. 그런데 말이죠. 식후에 커피를 먹고 담배를 피우면 끼어있던 흰 고기가 약간 누렇게 착색이 되요. 색 바랜 종이 미색처럼. 당신이 주로 물고 피우는 앞에서 오른쪽에서 세 번째 치아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런 색깔이 아니었다고. 그 흰색은 자연스럽지 않았다고. 내말 알아듣겠어? 흰색 면을 만들기 위해 표백제를 들이부은 것 같이 하얀 그 무엇이었다고! 이상하지 않아? 그런 음식은 없다니까?”

난 할 말을 잊었다. 갑자기 무례한 말을 쏟는 맞은편 남자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사실을 정확하게 추리하는 이 괴상한 인간의 통찰력에 놀란 것 일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달달한 우유의 맛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미각에서 얻은 정보가 언어적으로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조금 제가 흥분한 것 같네요. 아무튼 말이야, 당신. 볼이랑 입술 색을 보아하니 담배를 꽤나 많이 피우는 모양인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 만약 당신이 들어오기 전에 마신 우유가 아니었으면 그 역한 담배 냄새 때문에 인터뷰고 뭐고 전부 다 취소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는 등을 소파에 기대었다. 그리고 이제는 뭔가 편안하다는 표정으로 우아하게 가느다란 손가락을 깍지 끼어 무릎위로 올려놓았다.

 “어휴. 딸기 맛 우유라니. 취향도 참.”

 이제는 귀엽다는 듯이 웃는다. 넋이 나가있었어도 이정도의 모욕이 계속되면 나 역시 참을 수 없었다.

 “이보세요. 작가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 손에 쥐어져있는 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컵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를 냈다.

 “궁금하지 않아요?”

 그는 마치 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은 열로 상기되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궁금함은 피할 수 없었다. 그 하얀 것은 무엇이었을까?

 “뭐 이미 상상하셨겠지만.”

 또 한숨을 내쉰다. 숨을 내쉬는 얇은 입술이 그렇지 않아도 차가워 보이는 이 남자의 인상을 더욱 고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마 흡혈귀가 있다면 저런 얼굴이었을 것이다.

 “신간 도서였어요. 그 하얀 건. 어쩐지 그날따라 먼지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죠. <진실을 위한 변명>이라는 -나중에 알아보니 도서관에 알아보니 그날 들어온 신간서적은 몇 권 없더군요. 그중에서 페이지 반 이상이 찢겨져 나간 건 그 책 뿐이구요- 구차한 제목의 책이었어요.”

 

Ⓒ 고재욱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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